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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hat We're Listening To: #2
    Curation/What We're Listening To 2020. 11. 17. 21:02

     

     


     

     

    NCT U - Make A Wish (Birthday Song), From Home (2020.10.12)

    Make A Wish (Birthday Song)

    NCT가 흥미로운 이유 중 하나는 늘 실험적인 시도를 해온 그룹이기 때문이다. 'Make A Wish'는 그 명성에 걸맞게 또 한 번의 실험을 했다. 상반기 '영웅'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모든 비트와 소스를 쏟아부은 느낌이라면, 하반기 NCT 프로젝트의 문을 연 'Make A Wish'는 주머니에 필요한 것들만 넣고 최대한 가볍게 (그렇지만 느낌 있게) 걸어보려고 한 것만 같다. 시종일관 반복되는 휘파람 소리와 '손을 맞대'라는 간결하고도 강력한 가사가 이를 뒷받침한다. 소원을 말해보라던 SM식 주문이 10년 뒤 손을 맞대로 바뀔 줄이야.

    비주얼 역시 빼놓을 수 없는데, 볼드하고 주렁주렁한 목걸이와 트위드 재킷, 그리고 콘로우 헤어 등은 이전 SM 스타일에서는 쉬이 떠올리기 어려운 것들이다. (다 떠나서 남자 지니라니!) 물론 이 모든 것을 담아내는 뮤직비디오도 만화경, 혹은 램프 속을 들여다본 것처럼 어지럽고 신선하다. 이 모든 시도 끝에도 NCT라는 정체성이 남는 이유는 되려 그동안의 통일성 없는 컨셉이 뒷받침 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을 하든 그것은 꿈이기에 어색할 것 없다. 어제 꾼 꿈에서는 난세를 구한 영웅이 되었다가도, 오늘 꾼 꿈에서는 손을 맞대는 지니가 되어도 전혀 상관없지 않은가? 또 한 번 기획의 승리다.

    윤혜정, 광고기획자

    From Home

    발라드는 사실상 죽은 장르다? SM이 이에 대답했다. SM은 그 자체가 혁신의 장르고, 그건 우리가 하는 발라드도 마찬가지라고.

    'From Home'은 유독 화려한 보컬 자원을 힙합 위주 타이틀곡으로 '낭비'한다는 팬들의 불만에 대한 대답이다. NCT 내의 '보컬 어벤져스'로 화려한 화음의 발라드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 곡의 가치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이 곡은 모든 면에서 발라드의 혁신이다. 댄스 음악에서나 쓸 법한 화려한 사운드를 발라드에 절묘하게 넣었다. 발라드에 저런 웅장한 최신 베이스 사운드가 이리 잘 어울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더 중요한 건 가사, 나아가 '기획'이다. 이 곡은 어떻게 NCT라는 세계가 우리를 구원했는지. 어떻게 전 세계의 서로 다른 아이돌이 NCT라는 시스템 안에서 하나가 될 수 있는지 설득한다.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감성을 담아, 소리로 감동하게 만든다. NCT라는 시스템에 바치는 헌사를 시적인 발라드로 만들어 설득하는 경지에 이른 SM의 기획력을 엿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다시 강조하지만 이 기획을 현실로 만든 미려한 보컬을 역시 빼놓을 수 없다. SM에 충실한 알앤비인듯 하면서도, 절정의 고음에서 기존 SM에서 볼 수 없던 가벼움, 청량함을 가득 머금은 NCT의 보컬은 이 곡에서 그야말로 만개했다. 절륜한 베이스 사운드의 선창에 따라 올라가는 'Not Alone' 절정 파트에서는 그야말로 마음이 무너진다. 보컬그룹으로써 NCT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김은우, 케이팝 저널리스트

     

     

    제시(Jessi) - 눈누난나 (2020.07.30)

    피네이션에서 작정하고 세계를 노리고 쏘아올린 공.

    피쳐링이 없음에도 무려 ‘일곱명’이 작사에 참여한 곡. 직접 한영 가사 작성이 가능한 제시임에도 불구하고 정상급 작사가 여섯명이나 참여한데는 이유가 있을 것. 타이틀 곡에 건 피네이션의 무게와 세계진출의 야망을 읽을 수 있다. (참고로 후렴 “그래서 난 눈누난나”는 싸이가 최후에 수정했다고 한다) 강남스타일의 우주적인 히트 이후 ‘Gentleman’에서 그는 세계 시장을 의식한듯 톡특한 작사, 발음법을 선보였다. “알랑가 몰라”, “말이야” 등에서 한국어, 영어가 주는 느낌과 의미 외, 타 언어 발음까지도 연상 시킬 수 있는 다중성을 추구해 왔다. 또한 “mother father gentleman” 같은 후렴은 영어를 제2국어로 구사하는 이만 상상할 수 있을만한 위트다.

    "그래서 난 눈누난나”의 악센트와 된소리 ㅆ발음은 생소한 한국어지만 외국인에게도 낯설지만 않을 듯하다. "누나 누나", “나나나", "이리로 이리로 이리 온” 등 모르고 들으면 의성어처럼 들릴 수 있는 동음 반복은 즐겁게 입안에서 맴돈다. 그러면서 한글 가사 의미를 완전히 깨뜨리지도 않는다. 그중 사투리까지 동원한 상상력! “뭐라노~ 뭐라카노”는 정말로 기발하다. 경상도 방언이지만 제시가 하니까 외국어 같게도 들린다…!

    무엇보다 곡을 완성하는 것은 힙합 그 자체인것처럼 보이는 제시의 지나온 삶 이야기와 태도, 그것이 주는 멋이다. 이미 ‘환불원정대 은비'로 대중과의 거리를 점점 더 좁혀가고 있는 제시. 강남스타일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피네이션과 함께라면 니키 미나즈와 카디비가 있는 세계 시장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 그냥 먼 일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이창수, 힙합하는전도사

     

     

    이수현 - ALIEN (2020.10.16)

    때때로 내가 별나다고 생각한 적 없는가? 남들은 다 이 세계에 잘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나만 적응하지 못하고, 뒤처지고, 다른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땐 수현의 에일리언을 들어보자. 현실 부적응자인 줄 알았던 자신이 '망할 이 지구'를 구원할 외계인이라는 사실을 알게되는 의미심장한 노래다. 게다가 앨범의 부제는 <Behind The Story>라니. 이상한 존재가 아니라 특별한 존재였다는 사실을 안 수현이 앞으로 어떻게 각성할지 궁금증을 갖게 한다.

    여담으로 특별함도 누군가 특별하다고 얘기해주기 전까진 이상하고 별난 것으로 치부될 수 있다. 그러니 이제부터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는 것 같다면 속으로 조용히 외쳐보자. 난 사실 다른 행성에서 온 외계인일지도 모른다고. 이상한 존재가 아니라 특별한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김민정, ex-업계종사자

     

     

    나훈아 - '테스형!', '내게 애인이 생겼어요' (2020.08.20)

    테스형!

    종교, 철학이 없고 물질주의만 가득해 보이는 요즘. 나훈아 콘서트에서 '소크라테스'가 히트할 줄 누가 알았을까? 사실 우리는 모두 철학에 목말라 있었는지 모른다.

    가사 자체의 형식을 파괴하는 충격적인 느낌도 느낌이지만. 이 곡은 사실 엄청나게 감성적인 곡이다. 음악 자체의 톤도 그렇고, 이 곡이 아버지의 죽음 이후에 쓴 곡이라는 뒷 배경을 알고 나면 더욱 그렇다. '테스 형'이 아버지의 은유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이 곡은 우리의 마음을 강타하는. 나훈아 감성의 명곡이 된다.

    내게 애인이 생겼어요

    개인적으로 나훈아 콘서트에서 테스 형보다 더한 충격을 준 곡이다. 나훈아가 이 시대 최고의 베테랑 아이돌이란 사실을 보여준 스토리 라인이 아닌가 싶다. 시작부터 애인 있음을 고백하며 등장하는 충격적인 오프닝. 이후 그녀를 위해 교회도 가고, 엄마에게도 소개했더니 좋아한다는 등 관계는 급진전된다. 그 마무리는 올 가을에 결혼하니 결혼식에 오라는(!) 초대다.

    나훈아에 관심 없는 사람도, 이 가사를 듣다 보면 웃음이 피어 나오는 걸 막을 도리가 없다. 웬만한 최신 힙합보다 더 허를 찌른다. 드라마라면 그 어떤 일일 드라마보다 더 자극적인 전개일 거다. 나훈아라는 아이콘이 어떻게 전 세대의 마음을 어루만졌는지 보여주는 킬링 트랙.

    김은우, 케이팝 저널리스트

     

     

    기린 - Fantasy (2020.10.23)

    ‘Fantasy’는 힙합 듀오 2MC의 ‘Fantasy'(1999)를 샘플링한 곡이다. 90년대 후반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2MC의 앨범을 카세트테이프로 구매했었다. 그리곤 수록곡 중에서 ‘Fantasy'를 가장 즐겨들었다. 배두나가 나오는 뮤직비디오도 엠넷 채널에서 자주 봤음은 물론이다.

    솔직히 기린이 이 노래를 리메이크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동시에 그 선구안에 감탄했다. ‘Fantasy’는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한국힙합 초창기에 등장했던 세련된 넘버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한국힙합의 오랜 팬들에게도 2MC라는 이름은 낯설지 모른다. 그러나 훗날 일스킬즈로 활약하는 리오케이코아가 바로 이 그룹의 멤버였다.

    ‘Fantasy’는 작곡가 이윤상이 만든 곡이었다. 이윤상은 한국힙합 초창기에 가요와 힙합을 오가던 프로듀서였다. 실제로 그는 젝스키스나 CB MASS, 부가킹즈의 앨범을 프로듀스했다. 그리고 기린은 이윤상의 대표작을 훌륭하게 다시 만들어 2020년에 내놓았다. 모든 면면이 더 좋아진 리메이크란 바로 이런 경우를 말하는 걸까. 기린에게 이 말을 전했더니 그는 나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Fantasy’는 오래 전부터 리메이크할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클럽에서 제가 좋아하는 한국가요 믹스를 틀 때 이 노래도 늘 리스트에 있었는데 쌈디 형도 이 노래를 좋아하더라구요. 그래서 쌈디 형이 이번 작업에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됐죠. 원곡에 피쳐링했던 제이 누나에게도 연락을 했었어요. 거의 참여해주실 뻔 했는데 사정상 성사가 안 됐어요. 나중에라도 제이 누나하고는 꼭 작업을 같이 하려고 해요. 또 이 노래를 완성하고 이윤상 님에게 보내드렸을 때가 기억이 나요. 그 전까지는 한 번도 전화를 다시 주신 적이 없었는데 그 때는 저에게 전화를 주시더라구요. 그리곤 칭찬해주셨죠. 요즘 젊은 뮤지션들이 잘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너무 잘 만들었다면서요. 뿌듯한 순간이었습니다.”

    김봉현, 힙합저널리스트

     

     

    Bronze - Orange Road (w/YUKIKA) (2020.10.09)

    브론즈의 음악은 시티팝일까. 시티팝은 장르가 아니라는데 이렇게 불러도 될까. 그런데 브론즈 본인은 시티팝으로 불리기를 원치 않는다는데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브론즈 본인의 설명대로 ‘시티팝은 아니지만 시티팝에서 모티브를 따온 음악’이라고 불러야 할까. 아니면 일각의 주장처럼 1980년대 일본에서 등장했던 시티팝과 구별 짓기 위해 ‘시티팝 리바이벌’이라고 부르면 좋을까. 이도저도 아니면 수도권팝은 어떨까.

    브론즈의 음악이 시티팝이든 아니든 ‘Orange Road'는 그의 두 번째 앨범 [Aquarium]의 정점을 만들어낸다. 이 노래는 수록곡을 통틀어 가장 드라마틱한 구성을 가지고 있고 사운드 또한 가장 풍성하게 들린다. 시티팝과 함께 최근 부상하는 보컬리스트 유키카의 참여도 빼놓을 수 없다. 게다가 제목이 이미 다 했다. 오렌지로드는 80년대 일본 뿐 아니라 90년대 한국에도 큰 영향을 끼친 만화이자 유튜브 시티팝 영상에 단골로 등장하는 ’짤‘의 원작 아니던가.

    ‘Orange Road'가 시티팝인지 아닌지 논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Orange Road'는 시티팝에 매혹된 사람들이 빠져들 만한 요소를 듬뿍 지니고 있다. 살아본 적 없는 시절을 그리워하게 만드는 노래.

    김봉현, 힙합저널리스트

     

     

    로꼬(Loco) - 잠이 들어야 (w/헤이즈) (2020.10.14)

    생각이 많아 잠이 쉽게 오지 않는 날들이 있다. 군 시절 로꼬도 비슷했나보다. 열 시에 반복되는 취침 소등과 뛰쳐나가봤자 연병장일 뿐인 그곳에서 로꼬는 생각에 잠겨있다. 물론 잠에 들지 않아도 내일이 온다는 사실은 안다. 하지만 그런 멜랑꼴리한 기분으로 눈을 뜬 채 내일을 맞는 건 썩 달갑지 않다. 로꼬의 군 제대 이후 첫 앨범인 EP [SOME TIME]에는 이런 멜랑꼴리함이 도처에 깔려있다.

    군대로 인한 공백기를 빨리 메우려는 듯 빠른 컴백이다. 하지만 군대로 인한 공백기를 애써 지우려거나 새로운 이미지로 덮으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공간과 시간 속의 자신을 노래로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그래서 군대가 아니더라도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김민정, ex-업계종사자

     

     

    크러쉬(Crush) - Tip Toe (w/ 이하이) (2020.10.20)

    재능이 넘치다 못해 흘러 넘실거린다. 국내 알앤비 씬의 정점에 서있는 크러쉬와 AOMG 이적 후 더욱 기대받고 있는 이하이의 뭉침을 보고 떠오른 시각적 단상이다. 기실 둘의 조합 자체를 의심했을 리스너는 단 한명도 없었을 것이다. '어디까지 좋을 수 있을까'가 관건이었지. 

    퀄리티가 어느 정도 보장된 조인트에서 크러쉬가 보여준 미덕은 '뻔하게 가지 않기'. 이미 메이저 활동과 사운드클라우드 작업물 공개를 병행해왔던 그는 이번에도 비트 씬의 프로듀서 (Unsinkable, Beautiful Disco)들을 과감하게 기용했다. 남-녀 알앤비 보컬 조인트에서 으레 예상될 수 있는 뻔한 형식과 언더그라운드적 태도에서 나오는 장르적 엣지, 그 사이를 여유롭게 발끝으로 살금살금 걷는 그들의 모습에서 내공이 느껴진다.  

    안승배, 음악에디터

     

     

    넉살 - Bad Trip, AKIRA (2020.09.30)

    4년 반의 진실한 고뇌와 갈등의 흔적. 허나 그것을 성숙하게 조련하고 정제해 낸 냉철한 장인 정신이 돋보이는 앨범- 의 첫번째 트랙과 베스트 트랙. 그 서로 상반 됐지만 매끄러운 연결.

    ‘BAD TRIP’에서 거친 가사, 불쾌함을 가감 없이 토해내는 후렴은 마구 날뛰는 듯 하나, 실제론 발화자에게 고삐가 잘 잡혀 있다. 총괄 프로듀서 버기(Buggy)가 가장 자신 있는 트랙으로 꼽았던 ‘AKIRA'는 매력적인 사운드 그리고 개코의 피쳐링으로 눈과 귀를 매끄러이 잡아끈다. 시청자는 이 닮은 듯 다른 두 곡을 통해 넉살이 느끼는 고뇌와 갈등을 깊이 감상하다가도, 청각적인 쾌감과 소설적 상상력으로 유연히 빠져들 수 있다. <1Q87>는 그런 매력을 가진 앨범이다. 이 앨범을 공식적으로는 거의 처음 소개한 ‘궁금한 나라의 넉밀스’에서의 유쾌한 토크나 킬링벌스, DF LIVE 등의 연관 컨텐츠들과 세편의 뮤비, 한편의 인터뷰 영상은 넉살이 '또렷히 맨 정신'임을 잘 보여준다. 

    약도 없다는 ‘예술병'은 몸과 마음에 해롭다. 메소드 연기(method acting)의 창시자조차도 이 고증 연기법이 거의 유일한 구현 방식인 듯 추앙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섣부른 해석과 적용을 경계했다. 대신 “대본에 모든 답이 있다”는 오래된 연기 격언이다. 짱짱한 발성 그리고 디테일이 살아 있는 서사를 가진 이 래퍼는 단순히 그의 두 정규 앨범 제목을 문학에서 빌려오는 것을 넘어섰다. 새로운 스트레스를 새로운 영감을 얻는 기회로 삼아 꼼꼼히 정리해 가사로 썼고, 또 그 쉽지 않은 감정선을 예술의 경계 안에서 잘 표현했다. 이는 우리가 힙합음악에서 오랫동안 간과해온 아티스트와 작품 간의 거리감 조절에 대한 건강하고 노련한 성취 중의 하나로도 기억될 것이다. 

    이 두 곡 외 세번째 타이틀곡 'AM I A SLAVE’의 뮤비에서 말을 탄 사내는, 아마도 아직 길을 잃지 않은 듯하다. 넉살은 추락하는 중이 아니라 비행하는 중이다. 

    이창수, 힙합하는전도사

     

     

    볼빨간사춘기 - Dancing Cartoon (2020.11.04)

    개인적으로 볼빨간사춘기를 유스케에서 처음 봤고 음색 원툴이라는 생각을 했다. 음색 좋고 멜로디 좋은 팀 혹은 솔로는 이미 홍대씬을 넘어 힙합, 가요씬에 충분히 있었기 때문에 그마저도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음색 좋은 보컬과 기타리스트를 느슨하게 결합시킨, 홍대에선 좀 흔한 팀? 정도가 끝이었다. 한 마디로 인상적인건 하나도 없던 팀이었다.

    하지만, 볼빨간 사춘기는 느슨한 기획에 비해 인기를 너무 빠르게, 또 많이 끌었다. 때문에 초기의 기획을 폐기하고 근본적인 방향을 제고해야 했다. 그 조정의 결과가 이것이다. 기타리스트가 나갔고 안지영은 이제 자유로운 동선과 자신만을 위한 소속사의 지원을 받게 되었다. 이 때문일까? '댄싱 카툰'에서 안지영은 (춤만 안출 뿐) 꽤 아이돌스럽게 보인다. 쇼파르의 계획은 볼빨간사춘기의 아이돌화일까? 앞으로 흥미롭게 지켜볼 포인트.

    몬세, 대중문화덕후

     

     

    송민호(MINO) - 도망가 (2020.10.30)

    사실 송민호는 누구보다 많은 편견과 싸워야 했던 래퍼다. 빅뱅의 다음 주자로 기획된 그룹 '위너' 안에서 그는 테디나 탑 같은 YG 선배 래퍼들의 장점을 보여주는 동시에 차별화 포인트를 보여하는 미션을 완수해야했다. 그의 솔로 커리어와 수많은 피처링을 찬찬히 지켜보면 다양한 음악적 시도라기 보다, 자신에게 지워진 굴레를 전략적으로 차근차근 탈피해가는 인상을 받는다. 10월 말 발매된 정규 2집 [TAKE]는 그런 그의 움직임에 방점을 찍는 중요한 작품이다. 

    리드 싱글 '도망가'는 홀가분해보인다. 래퍼로서 피할 수 없는 트랩인 '남자다움', '거칠음'에 대한 강박을 초월한채 새롭게 자리한 랩스타일을 바탕으로 그가 펼쳐보이는 크리에이티브는 더 이상 TOP, 태양, GD 사이의 어딘가에 불안하게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껏 많은 활동을 해왔지만 앞으로 보여줄 모습들을 더 기대하게 만드는 곡과 뮤비. 

    안승배, 음악에디터

     

     

    몬스타엑스(Monsta X) - 갈증 (2020.11.02)

    몬베베라면 기억할 것이다. 지난 'FANTASIA X' 앨범에서 이미 트레일러가 공개되었던 곡. 정작 본 앨범에서는 빠졌던 곡이라, 팬들의 궁금증을 샀던 곡이 이번 몬스타엑스 정규 3집 앨범에 2번 트랙으로 자리 잡았다. 트레일러를 찍었을 만큼 타이틀 감이라는 칭찬을 듣고 있는데, 최근 치명적인 '매운맛'과 눈을 뗄 수 없는 '중독성'을 모두 가졌다 하여 '마라맛 아이돌'로 불리는 몬스타엑스와 잘 어울리는 곡이다.

    원제는 'Gasoline'이었다. 모두 불태워 버릴 것 같은 강렬함이 자욱했던 곡이 '갈증'이라는 제목을 만나 타는듯한 감정이 더해진다. 이번 앨범 제목인 'Fatal Love'에 제 옷처럼 들어맞는다.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 때론 너인듯 때론 꿈인듯, 그리고 그것이 무엇이든 갈구하고 갈망하는 몬스타엑스의 끝없는 갈증에서 역설적으로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배연지, 케이팝작사가

     

     

    여자친구(GFRIEND) - MAGO 

    기대했던 여자친구가 아닐지 모른다. 세간의 큰 주목을 받으며 빅히트와 손을 잡은 후 발매했던 회(回) 시리즈의 마무리는 '디스코'다. 결코 다시 '시간을 달려서'나 '오늘부터 우리는' 같은 곡을 부를 거라 생각했던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는 상상한 적 없는 여자친구다.

    '다양한 경험 후에 비로소 자신의 욕망과 마주할 때, 타인에 의해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걷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라고 앨범 소개에 적혀있다. '디스코' 그리고 '레트로'라는 선택은 시류의 반영도 있었겠지만, 그에 앞서 앨범을 통해 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온몸으로 보여준 타이틀곡이 아니었을까.

    박수를 보낸다. 어울리고 어울리지 않고 같은 건 없다. 그리고 충분히 잘한다. 여자친구도 빅히트도 그들이 대중에게 어떤 기대를 받고 있는지 분명히 알 터. 그래도 선택은 'MAGO'다.

    배연지, 케이팝작사가

     

     

    잔나비 - 가을밤에 든 생각 (2020.11.06)

    여러 이슈와 군입대 및 활동 중단까지 추억만큼 상처가 많았던 잔나비가 2인조로 다시 돌아왔다. 객원 세션 대신 멤버 김도형이 직접 연주한 베이스와 수록곡이지만 입대한 윤결의 드럼 연주가 반갑다. 잔나비를 최고의 자리로 올려놓은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와 사운드 적인 면에서도 닮아 있는 듯하지만 곡이 진행될수록 더 크게 확장된 또 다른 매력의 잔나비가 보인다.

    보컬 최정훈은 고조되는 음악과는 상반되게 나는 여기 이 자리에서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무덤덤하게 노래를 이어간다. 가을밤 목소리가 가득 채워진 노래의 절정 어느 지점엔가 문뜩 화이트의 화이트(램프의 요정을 따라서)가 떠오르지만 이 모든 게 오롯이 뮤직비디오 속 소년처럼 수수깡으로 집을 만들던 내 감성을 적셔준 잔나비 그 자체 인 것 같다.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가을밤에 운 좋게 들은 이 노래 덕분에 이 밤이 외롭지 않겠다.

    Elapse, A&R

     

     

    슈퍼주니어 - 우리에게 (The Melody) (2020.11.06)

    아이돌의 15주년은 어떻게 기념해야 할까? 슈퍼주니어는 이를 '팬을 위한 곡 발표'라는. 다소 뻔한 대답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 안에는 멤버들이 직접 정성 들여 새긴 가사.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팬들과의 추억을 담은 이벤트와 같은 비디오.  폼나지 않아서 보도자료로는 적합하지 않지만 팬들의 가슴에는 절절하게 박힐 혁신으로 가득하다.

    음악적으로는 실로 오랜만에 혁신보다는 감성이 더 느껴지는 곡이다. 그럼에도 휘파람, 기타 사운드 등이 주가 되는 이런 담담한, 팝에 가까운 곡을 아이돌이 가져온 적이 흔했나 싶으면 그렇지 않다. 감성 위주의 기획에서도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추구하는 SM의 기획력도 인상적. 멤버의 적극적인 참여로 그룹의 성장 서사를 보여주는 은근한 프라이드 또한 매력적. 이런 보이그룹, 세계에서도 흔치 않을 거란 의견은 보편적.

    김은우, 케이팝 저널리스트

     

     

    장범준 - 잠이 오질 않네요 (2020.10.24)

    발라드의 계절이다. 슬픔, 아련함, 때로는 설렘을 담은 다양한 발라드 곡들이 차트 곳곳을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음원을 냈다하면 일단 차트 상위권에 오르고 보는 한 사람이 있다. 낭랑하면서 담담한, 그렇지만 가성과 흐느끼는 창법으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딱 좋은 편한 발라드로 대중들의 귀를 만족시키는 사람. 바로 장범준이다. 그도 가을 발라드에 합류했다.

    장범준은 이번 곡 '잠이 오질 않네요' 에서 새로운 시도를 도전했다.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창법을 구사한 것이다. 감정이 고조되는 후렴부분에서 목소리를 긁으며 애절함을 더했다. 이게 무슨 새로운 시도인가 했더니, 히든싱어 2라운드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시며 누구도 못 따라할 창법을 넣고 싶었던 모양이다. 크레딧엔 히든싱어에 참여한 참가자들과 패널들에게 Thanks to를 넣으며 앨범 기획의도를 은근히 드러냈다. 덕분에 처음 이 곡을 들었을 때 피처링이 있었나 싶었을 정도로 새로운 질감을 주긴 했다. 

    하지만 이 창법이 호냐 불호냐 묻는다면 난 불호라 하겠다. 내가 생각하는 장범준 발라드의 매력은 감정을 대놓고 드러내기 보단 담담함 속에서 은근히 드러내는 점이기 때문이다. 정말 애절한 발라드를 듣고 싶었다면 장범준이 아닌 다른 가수를 택했을 것이다. 여튼 일각에선 이번 시도를 두고 더 좋다, 별로다로 의견이 나뉘지만 확실한건 한동안 이 창법과 목소리 질감을 똑같이 따라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장범준의 기획 의도는 성공한 셈이다. 게다가 음원차트 상위권에 꽤 머물러있는 중이니 도전 후에 얻은 게 더 많은 싱글임은 확실하다. 

    한슬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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